조류독감이 새로운 팬데믹이 될 수도 있을까?
H5N1이라는 이름의 바이러스가 있다. 바로 조류독감(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다. 정확한 이름은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 서브타입 H5N1(Influenza A virus subtype H5N1)이라고 한다. 설마 이 글을 쓰는 작자를 얼마 전 괴롭힌 A형 독감의 한 종류랑 비슷할까? 어쨌든 고병원성 조류독감이다. 영어로는 'H5 Bird Flu'로 부르는 듯하다.
고병원성: 병을 일으킬 확률이 아주 높은 성질
조류독감이라 불린 이유야 조류 즉 새들끼리 전염되는 독감이었기 때문이다. 주로 철새들 사이에서 배설물이나 분비물 등으로 전염되고 그러다 가금류 등에 퍼지는 경우가 많았고 이 경우 TV에서 꼭 보도가 나왔다. 덕분에 조류독감이 돌면 닭고기나 달걀 가격이 급등하여 치킨의 나라 사람들의 원성이 자자하던 병이다. 최근 미국의 에그플레이션 또한 조류독감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조류독감이 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일까?
문제의 출발
불행히도 조류독감이 사람에게도 걸리게 되었다는 게 새로운 문제의 출발이다. 조류독감도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그리고 바이러스는 변이가 매우 활발하다. 즉 조류독감 바이러스도 변이로 인해 다양한 성질이 생기고 그러다 소나 돼지 등의 포유류에도 감염이 되더니 결국 인간에게도 감염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사실 알고보면 조류독감의 인감 감염에 대한 건 생각보다 오래 되었다. 첫 보고는 1979년 홍콩의 사례가 있다. 그리고 2003년에 감염으로 인한 사망 사례가 처음 보고되었다.
즉 이 문제가 그리 새로운 건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다.
독감이면 그냥 쉬면 낫는 거 아닐까?
조류독감의 특징 중 눈길을 잡는 건 사망률인데 무려 48%에 이른다는 점이다. 보통 사람들이 걸리는 독감의 치사율이 0.1%도 채 안 되는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높은 편이다.
실질 증상은 독감과 비슷하다고 한다. 약간의 특징으로 눈의 충혈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 그 외에는 감기나 독감의 증상과 거의 비슷한 듯하다. 심해지면 폐렴 등의 합병증으로 진행되어 사망할 수도 있는 점도 비슷하다.
그럼에도 조류독감의 상대적으로 높은 사망률은 분명 기존 사람독감과 차이가 있다는 말일 것 같다. 인간의 일반적인 독감과 무엇이 다른지 조사해 보니 호흡기 상피 세포를 직접 공격한다는 점이 있었다. 그리고 증상이 급격하게 악화된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합병증으로 진행될 확률도 높고 시간도 더 짧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코로나19 때도 그랬다시피 바이러스는 치명률이 낮은 쪽이 많이 살아남기 때문에 결국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변이도 치명률이 낮아지는 쪽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그래서 조류독감이 번진다는 거야?
국내에서 사람이 조류 독감에 걸렸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60건 이상 감염이 보고되고 있는 듯하다. 이런 미국의 사례를 보면 슬슬 번지고 있다는 의미일까?
다행인 점은 아직까진 사람 간의 감염이 보고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즉 미국의 감염 사례도 조류를 매개체로 인간에게 감염된 경우로 보는 경향이 높다는 말이다. 그래서 당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지도 모르겠다.
다만 변이가 이뤄지다 보면 언젠가는 사람 간 확산은 피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더구나 미국의 사례에서도 사람간 전염 의심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사람간 전염이 되더라도 아직은 낮은 확률로 보인다.
만약 사람 간 감염이 높은 확률로 발생하게 되면 사람들이 밀집한 도심지의 확산은 피할 수 없는 일이고 결국 코로나19급의 팬데믹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바이러스의 특성 상 감염이 잘 되도록 변이된 쪽이 살아남는 형태로 진화될 확률이 큰 것도 당연하다. 이렇게 되면 그저 증상이나 치명률이 좀 더 약해지는 쪽으로 빨리 변이되길 빌어야 할 지도 모른다.
백신이나 치료제는 있을까?
일단 조류독감은 백신이 있다. 단지 조류용이라는 문제가 있다. 사람용 백신은 개발 중인 단계라는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
치료제의 경우 타미플루와 같은 기존 독감 치료제를 사용할 수는 있는 모양이다. 이미 WHO는 타미플루를 치료제로 공식 인정한 상태라고 한다. 그런데 조류독감은 증상 진행이 빠르니 치료제도 빠르게 투입해야 할 것 같으니 의심된다면 빠르게 병원을 방문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결론 및 여담
적어도 한국 입장에선 조류독감은 강 건너 불 구경 수준의 이야기다. 물론 인플레이션을 촉발하기는 하지만 일시적인 경향이 강하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미국은...
미국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으로 계란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정부 구조조정 차원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대응 인력까지 해고했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출처📎)
미국이 좀 위태로운 거 아닌가 생각되긴 하는데 그래도 아직 위험한 수준은 아닐 거다.
그리고 위험해지는 순간인 '사람간 전염이 되어 큰 일'이 되면 우선 '조류독감'이라는 이름부터 좀 더 객관적인 형태로 바뀔 거다. 그 전까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여담이지만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열에 약한 편이라서 조류독감에 걸린 가금류는 익혀 먹으면 된다고 한다. 다만 고기를 다루는 과정에서 감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게 문제가 될 수는 있을 것 같지만, 적절히 살균 잘 하면 별 문제 없지 않을까?
어쨌거나 별일 없이 조용히 잘 지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