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하게 들리는 '야당의 입법 독재'라는 말

사회 이슈 // 2025년 04월 08일 작성

탄핵이 무사히 마무리 되었다. 그렇다고 해도 양 극단으로 분열된 정치 지형이 다시 대충이라도 하나로 뭉쳐지기란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한 주장으로 '야당의 입법 독재가 이 사단(계엄)을 만들었다'라는 말이 있다.

'입법 독재' 혹은 '의회 독재'라는 표현은 꽤나 오래 전부터 들려온 표현이긴 하지만 들을 때마다 굉장히 공허하게 들린다. 이해도 잘 안 되고 말이다. 그래서 이 참에 이와 관련된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과연 입법 독재란 존재했나?

야당이 국회 과반을 차지하며 야당 단독 입법이 가능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를 입법 독재로 보는 시각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런데 문제는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한 중 하나, 보통 거부권이라 불리는 '재의요구권'이 있다. 이 권한은 국회에서 의결된 모든 법안의 공표를 거부하고 다시 국회로 돌려보내 대다수의 찬성을 얻어야만 공표시킬 수 있는 권한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야당 단독 입법 법안의 거의 대부분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며 국회의 입법 권한을 견제했다.

여기서 대통령의 '견제(재의요구권)'가 합법적으로 가능했고 실제로 동작했다는 점에 집중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러면 '독재'가 아니게 되니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입법 독재란 애초에 불가능했고 실제로 이뤄지지도 않았다. 헌재에서도 이미 지적했지만 계엄이 아니더라도 이미 견제가 가능했다는 말이다.

협치를 무시했으니 입법 독재다?

협치란 단어가 말은 참 좋다. 균형 여부에 상관 없이 정부와 국회 그리고 사법부가 서로를 도우며 정상적으로 견제하는 것이고, 좀 더 좁게 봐도 국회 내에서도 야당과 여당이 서로 논의를 거쳐 건전한 법을 만들고 고치는 일이다. 결과적으로 협치를 거부했다면 충분히 비판 받을 행위인 건 맞다고 본다.

결국 협치를 거부한 것은 누구인가를 생각해보면 이 조차도 야당만의 책임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다. 적어도 윤 대통령 정부는 야당을 협치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배척하는 모습만 보였다. 여당도 야당의 협치 요구를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왔다. 물론 야당도 여당이나 정부의 요구를 자주 거부하기는 했지만 정부나 여당처럼 남탓만 하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 협치를 무시한 것은 야당 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야당 입법 독재'라는 표현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애초에 정부와 여당이 협치를 하기 위한 의지는 물론이고 능력 조차도 부족했다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민주주의와 입법독재?

야당이 과반을 차지했다는 것은 그만큼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를 통해 민심의 선택을 받았다는 말도 된다. 그리고 이는 국민이 야당에게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것을 더 원했다 라고 정리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야당은 개헌을 제외한 입법 권한을 제법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서방이든 민주주의의 기초 원칙 중 중요한 것으로 '다수결의 원칙'이 있다. '다수결의 원칙'은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경우를 대비해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의사결정을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그리고 야당이 과반수의인 상황이라는 '협치가 파행에 이를 경우 최종적으로 야당의 의도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 더구나 그 환경은 국민이 투표로 만든 것이다. 다르게 보자면 여당이 고집을 부리며 협치를 포기하는 행위 자체도 야당의 단독 의결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그렇다면 야당이 이 '다수결의 원칙'을 이용한 행위가 입법 독재로 불려도 되는 건가? 비록 다수결의 원칙이 민주주의 자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주의에 있어 정말 중요한 원칙임은 변함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야당의 입법 독재'라는 표현은 완전히 틀렸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법에서 정한 법치와 합법 안에서 이뤄지는 정상적인 의정활동이었으니 말이다.

헌재에서 민주당을 비판했잖아?

탄핵 선고 과정에서 헌법재판관들은 일단 야당의 행위가 정부의 견제에 있어 좀 지나친 면도 있었다는 늬앙스로 비판하긴 했다. 하지만 헌재가 야당을 꾸짖었다기 보다는 오히려 야당이 합법의 틀 안에서 정부를 견제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도 본다. 만약 야당의 행위가 정말 문제가 있었다면 법리 위반으로 문제삼을 수 있고 윤 대통령 측의 주장에 손을 들어줄 근거가 될 수도 있었는데 전혀 그러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헌재의 비판은 '입법 독재'를 인정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야당의 행위가 합법적이었다는 것을 더 확고히 해준다고 본다.

줄탄핵으로 정부를 마비시켰으니 그게 독재 아니야?

야당이 정부 인사들을 상대로 한 다수의 탄핵으로 인해 정부 업무가 마비되거나 차질을 빚은 것은 사실이다. 이 부분은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일 것이고 심지어 헌재도 인정한 부분이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자면, 만약 정부 인사들이 불법을 저지른다는 심증이 강하게 드는데 검찰이나 경찰, 감사원 등이 이를 조사하거나 수사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야당 입장에선 어떻게 해야 하나는 생각해 볼 요소다. 이를 방관만 하는 것도 잘못된 일일 테니 말이다.

야당은 이런 잘못된 업무 행위에 대해 비판과 수정 요구를 했지만 그 건의가 받아들여진 경우를 볼 수는 없었다. 이미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예를 보자면 대통령 권한대행이 남은 헌법재판관 임명을 위법적으로 무시했던 일과, 방통위가 위법한 2인 회의를 계속 하고있는 일이 있다. 이 일들은 실제로 벌어지고 있지만 야당이 아무리 성토해도 고쳐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야당 입장에선 탄핵 말고는 답이 없다고 보인다.

거기다 탄핵이 줄줄이 기각된 것은 검찰과 경찰, 감사원 등이 조사나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에 발생한 '증거 부족'이 대부분 원인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야당에 잘못을 몰기는 힘들 것 같다.

결과적으로 줄탄핵의 원인 제공으로 정부와 여당의 책임도 빼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는 또 야당의 입법독재라는 표현이 틀렸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래서 공허하다는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야당의 입법 독재로 이 사단이 났다'라는 말은 결국 여당과 대통령 지지 세력이 야당을 공격하기 위한 그저 정치적인 수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를 사실인양 대입해서 야당을 비판하는 행위는 설득력도 객관성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공허한 말일 뿐이다.

물론 야당이 모든 것을 잘 했다고 할 수는 없다. 잘못한 것은 잘못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은 여당과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정치권에 해야 할 말이지 야당에게만 할 말은 아니다.

오랜만에 정치적인 글이 하나 싸질러졌는데 경제 관련 글들을 싸지르는 블로그에서 이런 글들도 조금씩 보여야 공평하지 않을까 싶어서 기록해 본다. 할 말은 다 했으니 이걸로 더이상 비슷한 글은 아마도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