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끔찍한 이야기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야 할 시간에 있었던 작고 사소하지만 끔찍한 이야기다.
아이는 준비를 다 마쳤는데 오늘도 뭔가를 먹으면서 가고 싶다고 한다. 밖에서 뭔가 먹는 걸 굉장히 즐기는 시기 같다. 어쨌든 늘 그랬다시피 작은 비닐 지퍼백을 하나 꺼내서 여기다 늘 먹던 젤리를 3개만 담게 했다.
여기까진 평화로웠는데, 갑자기 아이가 어린이집까지 차를 태워 달라고 떼를 쓴다. 지구영웅은 가까운 거리를 걸어간다고 설득해도 통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걸어가도 15분도 안 걸리는 거리를 차를 끌고 가게 되었다.
주차장에 도착해서 아이를 카시트에 앉혔다. 예전에 그렇게 차에 타기 싫어하던 아이의 모습은 어디 간 것일까. 그래도 이 모습은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어쨌든 운전석에 앉았다. 그리고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이대로 조심히 운전해서 느긋하게 갔다 오면 될 터였다.
"흘렸어!"
출발한지 얼마 안 되어 뒷좌석에서 갑자기 울린 외침이었다. 아이가 지퍼백에 담아 둔 젤리를 꺼내다 흘린 모양이다.
'주우면 되겠지'라는 단순한 생각이 들고 이후 몇 개를 흘렸는지 물어봤다.
"두 개!"
...
'어쨌든 주우면 되겠지. 흘렸다고 안 우는 것만 해도 어디일까.'
가까운 거리라 금새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대충 차를 대놓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갔다. 원하는 바를 이룬 아이는 순순히 선생님 손을 잡고 어린이집으로 들어갔다.
찰나의 평화를 즐긴 후 다시 차에 돌아와 뒷좌석 카시트 주변을 살펴봤다. 2개나 흘렸다던 젤리를 찾기 위해서다.
그리고 한참을 뒤적거리다 결국 하나를 찾았다.
...
문제가 있다면 나머지 하나를 아직도 찾지 못 했다는 점이다.
뜨거운 여름, 지하 주차장 따위 없는 오래된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있어야 하는 상황에 젤리가 차 안 어딘가에 떨어져 있다. 이 정도 더위면 차 안은 엄청 뜨거워지고 젤리는 녹아 내릴 것이다. 녹아내려서 시트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나중에 청소도 쉽지 않게 하고 냄새도 나게 하고 벌레도 꼬이게 할 지도 모를 젤리가 어딘가에 숨어있다.
...
'끔찍하다.'
'살려줘.'
'으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