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싼에 생애 첫 상처를 입혔다

자동차, 투싼 // 2025년 01월 20일 작성 // 2025년 02월 13일 업데이트

어떤 겨울 날, 좁은 골목길 삼거리 근처에서 주차했던 차를 빼고 있었다. 당시 빠져나가야 될 길의 조수석 방향에 전신주가 있었다. 운전석에선 딱히 다른 장애물은 보이지 않았기에 전신주를 잘 피해서 차를 살살 빼기 시작했다.

그런데 잘 가나 싶었는데 누가 차 문을 조금 강하게 똑똑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밖에는 아무도 없는데 도대체 누구일까? 혹시 키 작은 아이가 있었던 걸까? 급한 마음에 차에서 내려 조수석 방향으로 가봤다.

투싼에 생애 첫 상처를 입혔다

나가보니 사람은 안 보였다.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차 옆에 무릎 정도 높이의 파란색 재설용 모래 상자가 보였다. 작아서 사이드미러에도 안 보일 정도였지만 무겁고 묵직했던 장애물이었다. 불안한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설마...?

차량 조수석 도어를 불안한 마음으로 처다봤다. 예상대로 도어 아랫쪽에 파랗게 잔뜩 긁힌 자국이 보였다.

"... 아 ... 아아 ... 아아아아!!!"

처참했다. 순간 눈 앞에 하얘지더니 이내 속이 쓰리기 시작했다. 당시 찍은 사진이 없다는 것만 봐도 얼마나 정신이 없었는지 알 수 있다.

이후 어떻게든 무사히 좁은 길은 빠져나갔지만 귀가할 때까지 머리 속에 이 씁쓸함으로 가득 찼었다. 그나마 안전하게 도착한 것이 어디일까 싶을 정도였다.

주차를 한 뒤 세척용 물티슈로 닦아보니 다행히도 어느 정도는 닦였다. 이대로 다 닦이나 싶었지만 일부는 닦이지 않았다.

완전히 닦이지 않은 자국과 찌그러진 흔적 완전히 닦이지 않은 자국과 찌그러진 흔적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긁힌 부분이 찌그러졌다는 점이다. 무거운 모래상자를 차 옆면으로 밀다시피 지나갔으니 찌그러질 수밖에 없었을 거다. 더더욱 속이 쓰리기 시작했다. 밤에는 이런저런 생각으로 잠까지 설칠 정도였다.

이대로 놔둘 순 없었다

이 상처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 시간이 좀 흘러갔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도장면이 훼손된 걸 방치하면 녹이 슬어서 더 크게 망가질 수도 있다는 것을 들었다.

그래서 바로 주변 판금이나 도장하는 곳을 찾아봤다. 이런 곳을 덴트(dent)라고 하나 보다.

원칙적으로 덴트(dent, PDR - Paintless Dent Repair)는 찌그러진 것을 복원(덴트복원 혹은 덴트리페어)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도색까지 포함할 경우 판금도색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한다.

네이버 지도에서는 가까운 곳 근처에서 단 하나만 발견했는데 자동차 수리나 점검 관련 매장이 잔뜩 모여 있는 곳임에도 하나 밖에 안 보이는 것은 약간 이상하긴 했다.

어쨌든 그 가까운 덴트 매장에 연락도 예약도 없이 들이닥쳤다. 생각보단 작은 가게였는데 작업 중이던 차 한 대가 들어가니 가득 찰 정도로 작았다.

기사분께 문제의 상처를 보여주니 다행히도 도장이 벗겨진 것은 아니고 페인트가 묻은 것 같다는 판단을 들을 수 있었고 견적은 10만 원 정도가 나왔다. 다만 대기가 좀 있어서 오래 걸릴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그대로 해달라고 했다. 굳이 돌아다니며 견적을 비교하는 건 그 시간이 더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그렇다.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카페에서 잠깐 시간을 보냈다. 블루링크에서 주차 중 충격이니 시동이 꺼졌는데 차 문이 열렸니 창문이 열렸니 알림이 계속 왔다. 열심히 수리 중이라는 걸 알려주는 것 같았다.

어쨌거나 수리를 맡겼다는 것에서 약간의 안도가 드는 것은 좋은 사이드이펙트 같았다.

그 결과

커피를 절반 가량 거의 다 마셔갈 무렵, 예상보다 빠르게 조치가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여유롭게 커피를 즐길 생각이었는데 너무 빨라서 약간 허탈했다.

어쨌든 다시 매장을 방문하여 어떻게 되었나 살펴봤다.

솔직히 어디가 찌그러졌었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어디가 찌그러졌었는지 모르겠다

멀리서 확인해보니 뭔가 다 안 펴진 것처럼 보였지만 가까이서 보니 정말 기적과도 같이 깔끔하게 펴져 있고 별 자국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다행이다. 이 정도로 끝난 것에 감사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요금을 견적대로 지불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사고가 났을 땐 어떻게 해야하나 답답한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해결이 되니 왜 그렇게 마음고생을 했나 한심을 정도였다. 덕분에 그날 밤은 기분 좋엔 잘 수 있었다.

이제는 좀 더 조심해서 운전 해야겠다. 기껏 어라운드 뷰 까지 옵션으로 넣었으니 좁은 길에서는 자만하지 말고 꼭 활용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