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부모 경험치를 쌓는다

2024년 06월 12일 작성

평소보단 약간 이른 아침, 아이와 함께 평화롭게 아침을 먹고 있었다. 사실 아이에게 휴대폰을 쥐어줬기에 가능한 평화로움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게 독이 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아침을 빨리 먹자며 재촉하는 사이에 갑자기 어디선가 굉음이 들린다.

"빼~액 빽~ 빽~ 빼~액"

아이 손에 휴대폰 한 대, 내 손에 내 휴대폰 한 대, 바로 옆에 업무용 휴대폰 한 대. 총 3대의 아이폰이 미친듯이 재난문자 굉음을 낸다. 천둥이 옆에 떨어지고 아파트가 무너지는 듯한 그런 미친 굉음이었다.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최근 북한과 사이가 안 좋은데 설마 미사일 쐈나 아니면 더 설마 남침인가? 근처에서 불이라도 났을까? 어디선가 지진이라도 난 것일까?

의문은 당연하게도 금방 해결되었다. 지진이었다. 전북에서 4.8이라니 보통이 아닌 세기다.

조금은 먼 곳이었기에 약간의 안도감은 들었지만, 아이를 바라보게 되고 순간적으로 바로 옆의 책장을 손으로 잡는다. 설마 여기까지 지진이 덮치면 우리 아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머리 속에 차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아이를 들고 밖으로 나가야 되나? 아니면 식탁 밑으로 함께 숨어야 되나? 마침 바로 옆이 내력벽인데 여기에 머리 감싸고 그냥 있자고 해야 되나?

"그리고 내가 아이를 감싸고 있으면 괜찮겠지?"

그 어떤 선택이든 내 몸이 최후의 방패가 되는 것은 정해져 있는 일이었다. 당시에는 그냥 지극히 당연하게 든 생각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뭔가 살짝 감정이 격해지는 느낌도 든다.

이렇게 또 부모 경험치를 쌓으며 정말 부모가 되어가는 건가 보다.

놀래서 한동안 부들부들 떨고 있던 아이를 달래고 달래서 어린이집으로 데려간다. 오늘도 변함 없는 하루가 시작되었다.